2007년의 마지막 날 이후로 처음 하는 포스팅이네요
마침 도메인 연장도 깜빡해서 못하는 바람에 그나마 가끔 방문해주셨던 몇분들 마저도 이젠 끊기지 않았나 싶어요
오늘은 2008년 2월 5일 이네요
음력 12월 29일 이지요....

그러니까... 몇년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기일 입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몸이 조금 좋지 않네요
지금도 아주 약간의 몸살 기운이 있구요
기분도 조금 센치해진다고 하나? 조금 감상적이에요

전... 장남 이에요
내세울것 하나도 없는 집안이긴 하지만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는 제가 그렇게 이뻤나봐요
아주 어렸을적부터 할아버지는 저를 끌어안고 사셨대요
목욕탕도 언제나 할아버지 손 잡고 다녔고
시골에 가실때도 항상 어린 저를 데리고 가셨고
맛난것도 동생 몰래 할머니 몰래 저만 살짝 불러내서 먹이곤 하셨지요

그래서 어린시절을 떠올려보면
어렸을적 친구들도 거의 할아버지댁 근처에 사는 친구들이었고
다... 할아버지의 그늘 안 이었지요

제 동생은 지금까지 서운하다고 가끔 말하곤 해요...
전 당연하게 받아들였을정도로 어렸을때의 기억이라... 나만 편애 하는구나 라고 생각치 못했었지요...

참 욕심이 많은 분이셨어요...
중풍으로 쓰러지셨을때에도 건강에 대한 욕심 때문에 하루에 두세갑씩 피우시던 담배도 단번에 끊어버리시고
몸에 좋다 하는건 모두 구해다가 드시고
어린 손자 손 붙잡고 쩔뚝 쩔뚝 거리면서 한의원에 침도 맞으러 다니시고...
거의 평생을 백수로 사시면서 할머니 속을 썩이셨던 분이시지만 참 대단 하셨지요...

그렇게 욕심 많으셨던 분이 돌아가신 날은
설 연휴 첫날 이었어요...
온 친척이 모여서 전도 부치고 얘기도 시끌 시끌 하는 그런 명절이었지요
그날따라 그렇게 식탐 많으신 할아버지가 아침을 안드셨데요
귤 하나 까서 반개 정도 드시고는 아침 일찍 목욕탕에 다녀오셨더래요...
목욕탕에 다녀 오시면서
작은 어항과 물고기 몇마리 그리고 식칼을 사오셨대요
주방 살림 쳐다보시지도 않으셨던 분이 식칼이 낡은건 어떻게 아셨는지 새로 사오셨고
할머니 적적하시다면서 금붕어 몇마리도 사오셨구요
집에 오셔서는 고단하셨는지 다시 자리에 누우셨대요
주무시는건지 몸이 안좋으신건지 작은 소리로 시름 시름 앓고 계시길래
할머니께서는 내일이면 병원도 못갈텐데 주사라도 한방 맞히라고 하시며
아버지, 작은아버지 그리고 저와 동생을 부르셨지요

아무리 불러도 못일어나시는 할아버지..
동생이 할아버지를 들쳐업고 작은 아버지의 차에 태웠지요..
어찌하다보니 할아버지께서는 제 무릎에 머리를 베고 누워계시게 되었네요...
왠지 모를 불안감이 막 들어서 저와 동생은 할아버지의 팔과 다리를 계속 해서 주물러드렸어요
동생이 한마디 하더군요...
"할아버지 똥 쌌어"
참 이상하지요...
'누구 누구 똥 쌌어'
이런 말 사실 조금 우스운 말인데요
그날은 조금도 아주 조금도 웃기지 않았어요
몸이 사시나무마냥 떨리는 와중에... 할아버지의 입가로 귀를 가져가봤어요
아무 소리... 조금의 입김도 나오지 않는 사실을 좀처럼 받아들일 수 없어서
아버지에게 말하지 못했었어요
그걸 지켜보고있던 동생만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을 뿐

주사 한대 맞히러 가는거였던 병원행이었지만 응급실에 더욱 더 무거워져버리신 할아버지를 눕히고
의사선생님의 말을 들었지요
영화나 드라마처럼 심폐소생이 간단한게 아니다... 다시 살아나실 확률도 희박하고 살아나신다 해도
갈비뼈가 거의 부서져서 회복도 힘드시다....
참... 영화 같은데서는 잘도 살려내더만...

한참 뒤에 아버지는 집에 전화를 하셨어요
그리고 명절 맞을 준비를 하려고 만든 음식들은 장례 음식이 되어버렸지요...
참 이상하신 분이에요 저희 할아버지는...
그렇게 식탐 많으셨던분이 먹을게 넘쳐나는 명절에...
그 좋아하시는 탕국도 안드시고 가셨는지
손님도 찾아오지 못하는 때에 쓸쓸히 가셨는지...
할아버지 답지 않게 금붕어랑 식칼은 왜 사오신건지...

손님도 거의 찾아오지 않는 빈소에서
계속 멍하게 있었던 기억이네요...
3일동안 아무것도 안먹었었는데
몸은 아무렇지 않았어요...
말도 그다지 많이 안했네요
참... 이상했어요

다 커서는 할아버지를 원망도 했었는데요...
도대체 왜 그러시는걸까 하고서 이해도 못했었는데요...
남몰래 눈물도 흘렸고 멍하니 있었고...


매년 오늘이 되면
조금 아파와요
아마도 진짜로 몸이 아픈게 아니라
마음이 아픈것이겠지요

가슴이 아픈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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